지식인/건강

먼저 우리 몸을 알고 시작하자

생나기헌 2014. 9. 15. 15:12

목적이 살을 빼는 것이든 근육을 키우는 것이든 다이어트(다이어트의 원뜻은 식생활관리입니다. 살을 빼는 것만이 아니라 찌우기 위해 식단관리를 하는 것도 다이어트입니다)를 하고 운동을 시작했다면 우선 우리 몸이 돌아가는 매커니즘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흔히 우리 몸을 차에 비유하곤 합니다. 구조가 같지는 않지만 매우 비슷하며, 또 차에 비유하는 것이 이해가 쉽게 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몸은 차로 치면 연비를 최우선에 둔 경차입니다.

인류가 진화해온 역사를 생각해봅시다. 최근 수십년을 제외하고 먹을거리가 넘쳐난 적이 없습니다. 옛날에는 사냥에 성공하거나 추수 때나 되어야 배부르게 먹어보지 그 외에는 늘 배고팠습니다. 그렇기에 최대한 에너지 소비를 아껴야했습니다. 그리고 남아도는 영양이 있으면 다가올 굶주림을 대비해 최대한 지방으로 쌓아두어야 했습니다. 힘을 키우겠다고 근육을 키웠다간 늘어나는 에너지 소비량을 감당 못하니 근육성장도 최대한 억제합니다.

대신 인류는 에너지를 뇌에 몰빵 했습니다. 그렇게 다른 동물들보다 뛰어난 두뇌를 가지게 되었고, 덕분에 허접한 몸뚱아리를 가지고도 거친 자연계에서 최강자로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근육을 강하게 키웠던 인류종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생존하지 못하고 멸종되었다고 하네요. 우리가 살은 쉽게 찌고, 근육은 기를 쓰고 운동해도 잘 안 느는 이유가 다 조상님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살을 빼거나 근육을 키우는 행위모두 우리 몸의 본능을 거스르는 행동입니다. 특히 지방을 빼는 것은 몸이 느끼기에 생존을 위협하는 사건입니다. 기를 쓰고 지방을 지키려하죠. 특히 요즘처럼 정상범위보다도 더 지방을 빼려하면 정말 필사의 각오로 지방을 지킵니다. 즉 우리가 그 이상 살을 빼려면 그 정도의 각오와 노력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요즘 다이어트 광고 중에 쉽다는 것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거의 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효과가 없거나 막상해보면 겁나 어렵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우리 몸은 남편이 벌어오는 돈으로 집을 꾸리는 알뜰한 아내와도 같습니다(성차별적 표현 아니니 오해 없으시길). 남편이 돈을 꾸준히 일정하게 벌어오면 아내는 살림의 규모를 정하기 수월합니다. 규칙적인 소비가 가능하죠. 수입이 많지 않아도 미래 수입에 대한 걱정이 없다면 충분히 쓰면서 현재를 누리는 것이 가능합니다. 그런데 수입이 일정하지 않으면 미래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수입의 크기와 상관없이 지출을 줄여야합니다. 수입이 적으면 김치반찬만 먹더라도 저축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식사를 적게 하더라도 불규칙적으로 하면 오히려 살이 찔 수도 있습니다. 규칙적인 식사(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만큼 먹기)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간헐적 단식의 허구성이 여기에 있습니다. 몸의 소화구조상 몸은 하루 한 끼의 식사를 규칙적인 식사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식사 때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을 기아상태로 이해합니다. 먹으면 지방으로 축적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물론 일일일식으로 살이 빠진 사람이 있지만 그저 먹는 양이 적기 때문일 뿐입니다. 간헐적 단식은 예전의 숙변처럼 한 때 유행하다 허구임이 밝혀지고 사라질 이론에 불과합니다.

수영선수 펠프스가 하루 12000칼로리를 먹으며 훈련한다는 건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 일반 성인 남성의 다섯 배 입니다. 물론 엄청난 훈련으로 다 소비하니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는 그만한 훈련 량으로도 칼로리를 다 태울 수 없습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훈련을 통해 체질이 바뀌어서 그렇습니다. 연비 좋은 경차에서 기름도 엄청 먹고 출력도 뛰어난 스포츠카가 된 겁니다. 대식가로 알려진 박태환도 비슷한 케이스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일반적인 생활로 돌아가도 한동안은 운동 할 때 수준으로 칼로리를 소모합니다. 잘사는 집이 하루아침에 망해도 지출을 바로 줄이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다이어트를 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합니다. 다이어트를 하려는 분들 중에 “운동 귀찮으니 그냥 굶을래” 하는 사람이 있고, “먹는 거 줄이기 힘드니 운동을 많이 하겠다.” 는 극단적인 두 부류가 있습니다. 둘 다 성공하기 힘듭니다. 특히 굶는 쪽을 선택하시는 분들이 더 심각합니다. 몸은 환경에 적응합니다. 먹는 걸 줄이면 한동안 살이 빠지지만 어느 순간 적응해 체중이 더 줄지 않습니다. 그럼 먹는 양을 더 줄여야하고, 원하는 만큼 살을 빼고 나면 계속 그만큼만 먹어야 체중이 유지됩니다. 만약 모델 같은 몸매를 원하신다면... 요즘 탑 모델들은 하루 500칼로리만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원하시나요?

(연예인들 또한 엄격한 식사제한으로 몸매를 유지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것도 싫어해서 방송을 통해 잘 먹는다는 이미지까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좀 너무 가혹하다 싶습니다.)

다이어트의 목표도 잘 세워야 합니다. 한 달에 십 몇 킬로를 빼겠다는 사람도 있고, 그렇게 해주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원하는 것은 결국 지방을 빼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방은 뺄 수 있는 양의 한계가 있습니다. 보통 일주일에 1킬로 내외를 한계치로 봅니다. 여성은 더 적을 수 있기 때문에 500그램 내외로 잡는 것이 적당합니다. 그 이상 빠졌다면 수분이나 근육, 또는 뼈나 장기에서 줄어든 것입니다. 수분이 빠진 것은 물 만 마셔도 돌아오는 무게이고, 근육이 빠지면 기초 대사량도 줄어듭니다. 뼈나 장기라면 건강에 큰 타격을 주는 셈입니다. 그러니 갑자기 살을 빼겠다는 생각은 버려야 합니다. 지방 500그람이면 대략 4000칼로리입니다. 소비 칼로리와 섭취 칼로리를 계산해서 하루에 -500칼로리씩 잡으면 대략 1주일에 500그램 감량이 가능합니다. 이렇게 건강하게 다이어트를 해도 다이어트가 끝나면 보통 2~3킬로는 다시 늘어납니다. 그러므로 원하는 몸무게가 있다면 2~3킬로 정도는 더빼야 원하는 체중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유산소와 무산소 이야기를 했을 때 근육을 키우려고 근력운동을 하는데 유산소 운동이 필요하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결론은 해야 합니다.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입니다. 심장은 피를 돌게 하는 장기이고, 피는 몸에 산소와 영양을 나르는 역할을 합니다. 심장이 강하다는 것은 그만큼 건강하다는 것이고 운동 능력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심장도 근육이기에 훈련하는 만큼 강해집니다. 달리기나 사이클처럼 심장과 폐를 단련하는 운동이 중요합니다. 극단적으로 근력운동만 하다보면 몸이 커지는 것에 비해 심장이 발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차체는 벤츠인데 마티즈 엔진을 달고 달리는 셈이지요. 차가 커지면 엔진도 그만큼 강해져야 합니다. 보디빌더들 중에 심장 질환이 많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약물의 영향이 더 크긴 합니다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운동은 골고루 하는 게 좋습니다.

종교에 이단이 있는 것처럼, 다이어트에도 이단이 있습니다. 완전히 거짓말을 하면 먹히지도 않습니다. 어떠한 작은 사실을 가져다 교묘하게 뒤틀어 사실처럼 믿게 하는 것이 이단입니다. 다이어트계 에도 살을 빼려는 갈망을 이용해 돈을 뜯어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에 속지 않으려면 우선 우리 몸에 대해서 잘 알아야합니다. 위조지폐 감별사들이 위조지폐에 대해서 따로 공부하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진짜 지폐에 대해 완벽히 알고 있으면 위조지폐는 보면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을 잘 알면 우리를 현혹하는 여러 소리들 중에 옥석을 가려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노력한 만큼 결실을 얻겠다는 태도를 가져야합니다. 이러한 마음만가지고 있다면 다이어트는 힘들긴 하겠지만 생각만큼 복잡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