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동사니/풍악을 울려라

[스크랩] 킬리만자로의 표범-조용필

생나기헌 2009. 10. 22. 19:40


    ◈킬리만자로의 표범 - 조용필◈














    먹이를 찾아 산 기슭을
    어슬렁 거리는
    하이에나를
    본 일이 있는가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 다니는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인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자고 나면 위대해지고
    자고 나면 초라해지는
    나는 지금 지구의
    어두운 모퉁이에서
    잠시 쉬고 있다
    야망에 찬 도시의 그 불빛
    어디에도 나는 없다
    이 큰 도시의
    복판에 이렇듯
    철저히 혼자 버려진들
    무슨 상관이랴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호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 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 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살아가는 일이 허전하고 등이 시릴 때
    그것을 위안해줄 아무것도 없는
    보잘 것 없는 세상을 그런 세상을
    새삼스레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건
    사랑때문이라구
    사랑이 사람을 얼마나 고독하게
    만드는지 모르고 하는 소리지
    사랑만큼 고독해 진다는 걸
    모르고 하는 소리지














    너는 귀뚜라미를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귀뚜라미를 사랑한다
    너는 라일락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라일락을 사랑한다
    너는 밤을 사랑한다고 했다
    나도 밤을 사랑한다
    그리고 또 나는 사랑한다
    화려하면서도 쓸쓸하고
    가득찬 것 같으면서도
    텅 비어 있는 내 청춘의 건배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 것을 거니까
    외로운 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사랑이란
    이별이 보이는
    가슴 아픈 정열


    정열의 마지막은
    무엇이 있나










    모두를 잃어도
    사랑은 후회 않는 것


    그래야 사랑했다
    할 수 있겠지











    아무리 깊은 밤일지라도
    한가닥 불빛으로 나는 남으리
    메마르고 타버린 땅일지라도
    한줄기 맑은 물소리로 나는 남으리
    거센 폭풍우 초목을 휩쓸어도
    꺾이지 않는 한 그루 나무 되리




    내가 지금 이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원했기 때문이야                                 









    구름인가 눈인가
    저 높은 곳 킬리만자로




    오늘도 나는 가리
    배낭을 메고




    산에서 만나는



    고독과 악수하며 그대로
    산이 된들
    또 어떠리




















                                                      출처 : 영혼의장미
                                                      글쓴이 : 영혼의장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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