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하고 씹자 입 안에 고이는 상큼한 사과 향,
이로 톡하고 터뜨리자 혀를 감싸는 달콤한 감귤즙.
이 문장을 읽으면서 상상한 사과와 귤의 온도는 어땠나요?
당연히 시원했을 겁니다. 과일은 그 자체도 맛있지만
뜨끈하기보다는 시원하게 먹어야 제맛이지요.
단지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증명된 사실입니다.
과일 속의 당, 과당
과일 속 당은 차가울 때 더 달아집니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먼저 당에 대해 알아야 하는데요. 단맛을 내는 당 분자는 크게 세 가지.
과당, 포도당, 갈락토스가 있습니다. 이 중 과일에서 단맛을 내는 건 과당입니다.
포도당도 포함돼 있지만 과당이 제일 많습니다. 세 당 분자 중에 가장 단 것도 과당입니다.
수치로 나타내자면 포도당은 70, 갈락토스는 35 정도지만, 과당은 무려 170이나 됩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설탕이 100이니 과당은 설탕보다도 달콤한 거죠. 설탕은 과당과 포도당이
결합한 물질입니다. 세 분자의 단맛은 사소한 차이로 결정됐습니다. 과당, 포도당, 갈락토스
모두 탄소(C) 6개, 수소(H) 12개, 산소(O) 6개로 구성됐고, 단지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죠.
찬 곳에서 과당의 분자는 형태가 바뀐다
과일의 온도가 낮아지면 과당 분자는 더 단맛이 나는 형태로 변합니다.
5번 탄소에 붙은 OH 위치가 뒤집어집니다. 아래 붙어 있던 알파형에서 위로 붙은
베타형으로 바뀌는 것인데요. 베타형이 알파형보다 더 안정적일 뿐만 아니라,
무려 세 배나 더 답니다. 실온에 보관한 과일보다 냉장고에 보관한 과일에 알파형보다
베타형 과당이 더 많아지면서 단맛도 강해지는 거죠. 포도당이나 갈락토스도 알파형과
베타형이 있지만, 단맛 차이는 크지 않습니다. 그래서 포도당이 많이 들어있는
물엿이나 꿀은 차갑거나 따뜻해도 별반 단 맛의 차이가 없습니다.
너무 찬 과일 맛은 혀가 잘 인지하지 못해
과일을 냉동고에 넣어 아주 차갑게 하면 극강의 단맛을 맛볼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과일은 더 달아지겠지만, 우리 혀는 인지할 수 없거든요.
혀의 표면에 맛을 감지하는 기관인 '미뢰'는 너무 차갑거나 뜨거워지면 마비돼
어떤 맛인지 전혀 느낄 수 없습니다. 설사 미뢰에서 맛 분자를 느껴 뇌로 전달했더라도,
뇌 역시 온도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낍니다. 갑자기 차가운 음식을 먹으면 단맛보다는
시거나 짠맛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미국 예일대학교 베리 그린 교수팀이
혀의 온도를 낮추는 정도에 따라 다른 맛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를 네이처지에 발표했었죠.
과일을 가장 맛있게 먹으려면 냉장고에 보관한 뒤, 먹기 전 잠시 실온에 두었다 먹는 걸
추천합니다. 물론 과일의 특성에 맞게 보관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나나 등의
열대 과일은 냉장 보관하면 변색하거나 물러져 오히려 맛이 없어지니 주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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