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 라면시장에서 농심이 60%를 넘는 과점 사업자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나, 1989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삼양식품공업(지금의 삼양식품)이 60%의 압도적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었다. 그랬던 것이 이른바 우지파동으로 완전히 뒤집어져 지금에까지 이르고 있다. 그만큼 우지파동은 삼양식품에게 있어 치명타였고, 한때 파산직전에 직전에 이른 적도 있을만큼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그랬던 삼양식품의 라면 중 일부 제품에 유통기한을 넘긴 중국산 김치를 국산으로 속여 스프로 첨가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이미 시민들은 분노하고 있고 이내 우지파동의 기억을 떠올리며 '역시 그 놈'이라며 손가락질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우지파동을 삼양의 비양심과 욕심이 빚어낸 결과물이라고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터넷 포털 뉴스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열에 일고여덟이 그렇게 알고 있다.
우지파동은 1989년 가을, '라면을 공업용 우지(牛脂:쇠기름)로 튀긴다'는 내용의 익명의 투서가 검찰에 접수되며 시작되었다. 팜유를 사용하던 농심을 제외한 거의 모든 라면 제조업체의 간부들이 줄줄이 구속되었고 100억원대의 라면제품이 수거되었다. 삼양은 3개월간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져 그 피해는 막심했지만 가장 큰 타격은 회사의 이미지가 도저히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땅에 떨어졌다는 것이다. 그로부터 10여년이 지난 1997년 대법원 판결을 통해 결국 모든 혐의가 무죄로 드러났지만 연루된 업체들은 이미 도산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였다.
그러면 도대체 '공업용 우지'란 것이 무엇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것은, 우지파동 이전에는 공업용 우지라는 개념조차 없었다는 사실이다. 투서내용과 검찰의 기소요지에 따르면 해당업체들이 사용한 우지는 미국에서 비식용으로 분류된 2~3등급 우지이며, 이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공업용 제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사실은 다르다. 미국은 우지를 총 12등급으로 분류하는 바, 그중 최상급에 해당하는 1등급 우지는 소의 부위중 특히 신장에서 추출된 것을 가리키는데 별도의 가공없이 바로 사람이 떠먹어도 될 정도의 상태라고 한다. 그리고 차등의 우지들도 그 품질에 따라 등급을 나누며 이때 분류 기준이란 것은 추출부위의 차이일뿐, 단순히 우지의 가격을 결정하기 위한 것이다. 다른 말로, '공업용'으로 따로 분류된 우지가 있는 것이 아니라 품질에 따라 나누어진 편의적 개념이란 얘기다. (비근한 예로, 1등급 우유만 시중에 유통되는 것이 아니라 2~3등급 우유는 분유 및 기타 유제품의 생산원료가 된다.)
이것은 우리 나라와 서구의 문화적 차이의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사실상 서구에서 '소'라는 가축은 육류를 제공하기 위한 사육대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비단 소량 소비되는 1등급 우지 이외의 우지나 사골, 우족, 내장 등은 사실상 폐기물 취급하고 있으며 이것이 바로 여러분이 알고 있는 '공업용'이란 개념의 진정한 의미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우리네 곰탕이란 것은 미국인들의 입장에서 볼 때, 공업용 폐기물로 국을 끓여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를 간과한 채, 공업용 우지를 사용해 라면을 튀겼다고 흥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코미디다. (지는 공업용 폐기물로 국 끓여먹는 주제에....)
그럼 농심은 왜 팜유를 썼는가? 농심이 당시부터 엄청난 광고를 했던 소위 '식물성 팜유'라는 것은 알고 보면 아무 것도 아니다. 팜유는 기름야자의 과육에서 짜낸 기름을 말한다. 이것이 가진 가장 큰 단점은 산화가 너무 잘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식용 기름 계통에서는 저질유(低質油)로 분류되고 있으며 이런 이유로 중질유인 우지보다 훨씬 싸다!
이거 재미있지 않은가. 만약 라면업체들이 비양심적이고 돈에만 눈이 멀었다면 더 싸구려 기름을 사용해 수익을 올렸을텐데 왜 비싼 우지를 썼을까 이 말이다. 싼 팜유를 두고 굳이 돈을 들여가며 우지를 사용하는 것은 우지로 튀긴 라면이 더 '맛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판결문에서도 언급되었던 것처럼 80년대 이전만 하더라도 대표적 라면 소비국인 일본에서는 거의 대부분의 업체에서 2~3등급 우지만을 사용해 라면을 튀겨냈으며, 지금도 우지, 돈지(豚脂:돼지기름), 팜유를 1:1의 비율로 섞어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지가 갖고 있는 유일한 문제점은 콜레스테롤 함량이 높다는 것 뿐이다. 농심이 팜유를 쓴 건 단지 이 때문이다. '우지'라서 안 쓴 게 아니다.)
결국 '공업용 우지'라는 터무니 없는 신종용어가 국민의 불안감과 혐오감을 부추겼고 그 피해는 직접적으로 삼양 등의 업체에 돌아갔다. 도대체 뭘 잘못했다는 말인가? 혹자는 이렇게 강변한다. 2~3등급 우지가 몸에 해롭지 않다는 건 어떻게 입증하냐고. 피해망상은 자유지만, 가까운 예를 찾아본다면 쇼트닝을 들 수 있다. '쇼트닝 오일'이라고도 불리는 반가소성 유지제품인데, 여러분이 매일 먹는 빵이나 비스켓류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첨가물이다. 그런데 전통적으로 이 쇼트닝을 바로 그 2~3등급 우지나 돈지로 만들어 왔다.(지금은 가격이 싼 콩기름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 그뿐인가. 마가린을 만드는 올레오유도 우지로 만들기는 마찬가지다. 소위 공업용 우지로 만드는 식품들인 셈이다. 저질유인 팜유보다 훨씬 비싼 그 우지 말이다.
내용출처 : [직접 서술] 직접 서술
이의제기 내용추가 (2004-06-16 19:40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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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digli님의 내용추가입니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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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에서는 그냥 팜유가 산화가 잘 된다고만 하셨는데,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팜유는 산값(acid value, AV)이 큰 것입니다. 즉, 지방산패의 가장 큰 원인인 유리 지방산을 제거하는 데 필요한 수산화칼륨의 mg수-그러니까 식용유지의 정제 정도를 나타내는 값입니다. 이 값이 클수록 빨리 산화하고요. 참고로 팜유의 정제 전 산값은 9~11 정도로, 식품가공에 쓰일 수 있으려면 이 수치가 0.2 이하로 떨어져야 합니다. 그런데 과연 농심 등의 라면회사에서 이 팜유를 제대로 정제하는지가 의문이죠-_-;
또한 팜유는 또 다른 문제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팜유가 식물성 기름이라는 사실만으로 가장 큰 이득을 받은 회사가 바로 농심이죠. 본문에 언급된 것처럼, 식물성 기름을 모토로 대대적으로 광고를 때렸으니까요. 풋, 식물성 기름? ㅋㅑ~ 이런 속임수도 이런 속임수가 없죠. 팜유는 돼지기름보다도 더 많은 콜레스테롤을 함유하고 있고, 소기름 못지않게 지방이 살이 되어 몸에 쌓입니다. 팜유는,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비율이 동물성 유지의 그것과 비슷합니다.
한 마디로 팜유는 산화도 잘 될 뿐더러 몸에 좋을 것도 없는, 동물성 기름보다도 몇십만배쯤 저급한 유지에 불과합니다. 라면제조업체에서 팜유를 몇 개월마다 한 번씩 교체하는지는 다들 아실거고... (워낙 산패가 잘 되는 유지라서 열에도 금방 산화되기 쉽죠. 라면은 냄새가 칙칙하고 이상한 것들이 대부분인데, 다~~ 오래된 팜유로 튀겨서 그런 거죠.) 라면을 튀기는 데는 우지, 혹은 돼지기름이 팜유보다는 오만배쯤 낫다는 거, 모든 사람에게 알려야 합니다. 식품회사의 눈가리고 아웅도.
[ "우지사건 대법원 무죄"판결에 따른 삼양식품의 주장 ]
① 우지사건의 피해를 일일이 나열할 수는 없지만 그 중에서도 60%에 달했던 시장점유율이 급격히 하락하여 대부분의 시장을 잃어 상대사에게 탈취당하였다. 1,000여 명의 직원이 회사를 떠나는 사태가 빚어졌으며, 100억원 이상이 되는 시중의 제품이 반품되어 폐기하는 등 그 피해는 수천억원대 달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40년 동안『정직과 신용』을 바탕으로 국민 건강 증진에 노력해 온 회사의 명예가 하루아침에 실추된 것이 무엇보다도 가슴 아픈 시련이었다.
② 또한 사건 발생 이전까지 만해도 "삼양라면"은 라면의 원조로서 국내 인증은 물론 세계 식품업계로부터 공인을 받아 수출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는데, 일순간에 불량식품으로전락해 수출시장도 대부분 잃게 됨으로써 수십 년간 공들여 조성해 놓은 국제 시장에서의 기반이 붕괴되는 아픔을 겪었다. 경쟁사는 미주지역에서까지 역선전을 반복함으로써 당사는 시장점유율이 60%에서 15%로 감소하는 비참한 상황 가운데도 삼양식품은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확실한 증거와 증언을 통하여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해 왔고, 그 결과 고등법원과 대법원에서는 무죄판결을 선고받았다. 이러한 대법원의 최종 무죄판결은 사필귀정의 신념과 법은 정의의 편이라는 진실, 진실은 언젠가 꼭 밝혀진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는 계기가 되었다.
③ 그러나 수년간 법정공방을 통해 무죄판결을 거둔 승리의 기쁨보다는 회사가 그 동안 겪었던 인고의 시간들을 생각할 때 비애감이 먼저 앞선다. 공권력의 남용으로 한 모범기업이 하루아침에 소비자의 불신을 받고 그로 인해 기업의 사기와 의욕저하를 야기시켰음은 물론 국내외적으로 인증된 제품의 신용상실이라는 막대한 손실을 가져왔다.
④ 앞으로 우리가 겪었던 전철을 또 다시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서는 식품성분에 대한 유해성 논란 문제는 전문가 단체에 의한 과학적 분석과 판단이 선행되어져야 한다고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왜냐하면 그 결과에 따른 물질적, 정신적 피해는 법적으로는 비록 무죄판결을 받았지만 명예회복 외에는 더 이상 실질적 보상의 길이 어렵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