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추리소설을 시작(試作)하면서 당면했던 어려움 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을 들라면 다음 세 가지를 들 수가 있을 것이다.
첫째가 트릭이 거의 발굴되어 이미 멸종 상태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 딴엔 기발한 트릭을 생각해 내고는 무릎을 치는 경우가 간혹 있었는데 그 트릭은 이미 오래 전에 애거서 크리스티를 비롯한 유명 작가들에 의해 사용된 트릭이었다. 그때의 실망은 이 일에 손을 대 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추리작가는 누구나 자신이 생각해 낸 트릭의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불안을 지니게 마련인데 그것은 가히 공포에 가까운 것이기도 하다.
둘째는 추리소설의 독자가 강력한 라이벌이라는 것이다.
독자가 작가보다 훨씬 명민(明敏)한 존재라는 점이 추리소설의 어려운 점인데(R.L.스티븐슨), 그들은 모든 종류의 탐정의 뒤를 좇은 경험이 있으며, 그들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방법에 통달해 있으며, 누구보다도 살인관계 법률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필립 스턴). 추리작가의 저명한 라이벌을 들라면 끝이 없을 것이다. 앙드레 지드에 버틀랜드 러셀에 그리고 윌슨 대통령… 추리작가는 일반 대중을 의식하기보다는 하이브라우한 미스터리 팬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셋째로 작가는 추리소설의 엄격한 룰에 따라 독자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는 극히 명확한 룰이 존재하는데 고결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작가들은 이 룰에 따라 왔으며(반 다인), 이를 위반한 작가는 단지 심미안이 결핍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심판관에게 퇴장 명령을 받게 되며(로널드 녹스), 노한 독자는 그의 비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더글러스 톰슨).
추리소설의 룰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수없이 역설해 왔는데(로널드 녹스의 추리소설 10계, 리처드 헐의 추리소설과 그 10칙, 반 다인의 추리소설 작법 20칙, 딕슨 카의 황금의 4대 공리(公理), 로렌스 트리트의 본격 미스터리의 네 개의 룰 등) 그들의 주장을 읽어 보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지 독자들도 동정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룰을 깨뜨려 온 작가군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룰을 아는 것은 깨뜨리는 시초’라는 격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은 룰의 무지(無知)로 룰을 위반하는 행위와 룰의 숙지(熟知)로 이를 극복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무튼 그들이 주장하는 룰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들의 주장을 내 나름대로 로널드 녹스의 예에 따라 10가지 계율로 정리해 보았다.
범인은 범죄 드라마의 제1막에 등장하여야 하며, 그는 주역의 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로널드 녹스, 더글러스 톰슨, 필립 스턴, 서덜랜드 스콧, 반 다인, 드 퀸시, 필립 굿하트, 딕슨 카, 로렌스 트리트).
1. 범인은 제1막을 전후해서 등장하여야 한다. 사건의 중반이나 종반에 이르러 갑자기 수상스러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수법은, 더구나 그 인물의 수상스러운 점에 대해 사전에 아무 언급도 없이 이 사람이 바로 범인이다 하는 식의 설정은 불성실한 행위로 지목되며 일종의 기만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2. 탐정의 적수인 범인은 대단히 비중이 높은 인물이어야 하며, 결코 보잘것없는 비천하고 낮은 지위의 인색한 악당이어서는 안 된다.
탐정의 적수는 악마적인 현명함을 지니고 특출하게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그것은 그 어느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전율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사냥은 그 표적이 추적할 가치가 있을 때만이 드라마틱한 색채를 띠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의 눈에 띄지 않는 단역과도 같은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하게 되면 독자는 일시에 즐거움을 상실하게 되어 분개할 권리를 갖게 된다. 범인이 정신이상자라는 것도 공정치 못한 처사이다.
현대의 매력적인 범죄자로는 미술품 수집가, 음악가, 과학자(더글러스 톰슨)에 교회의 중진(重鎭)이나 자선가로 알려진 미혼 부인(반 다인)에, 사회주의 각료(마이클 길버트) 등이 예시되고 있다.
이든 필포츠는 [붉은 머리의 레드메인가]와 [어둠으로부터의 목소리]에서 가장 현란한 악인의 초상(肖像)을 창조했으며,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최후의 사건]에서 일말의 광기를 지닌 악마적 천재 범죄자 모리어티 교수를 창조했다.
그러나 범인에게 텔레파시, 마술에 의한 살인 따위의 초자연적인 신비스러운 초능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책략이나 음모에는 어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E.M.롱과 프리먼 크로프츠는 모리어티 교수적인 테마에 대해 비판적이다).
3. 범죄가 몇 번 행해지는 것과 관계없이 비극적 혼란의 배후에 있는 범인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범인의 원조자나 공범자가 존재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범행의 전 책임을 지는 사람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즉, 독자의 의분을 모두 한 사람의 흉악범에 집중시켜야 한다. 또한 주역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하는 처사는 바람직한 일이 되지 못한다.
4. 범인은 직업적 범죄인이거나 살인 허가 번호를 지닌 조직의 일원이어서는 안 된다. 강도나 절도범에 의한 범죄는 경찰서의 관할이지 추리작가의 관할은 아니다. 또한 직업적인 살인자라고 할 수 있는 마피아의 일원은 갱 소설의 관할이며, 살인 허가 번호를 지닌 공작원은 스파이 소설의 관할이다. 따라서 추리소설의 범인은 그 범죄에 처음으로 범죄 행위를 하는 인물이 등장하여야 한다(이것은 물론 추리소설을 가장 협의(狹義)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5. 사회 통념상 법과 양심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을 범인으로 제사 지내서는 안 된다. 알고 보니 법관, 검찰관, 경찰관 그리고 탐정이 범인이었다는 결말은 일종의 기만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왜냐 하면 그들은 법의 심판관이요 집행관으로 믿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유명 작가에 의해 이들을 범인으로 제사 지낸 사례가 있었는데, 범인의 의외성이라는 점에서는 놀라운 착상이긴 하나 공정치 못한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범인으로 제단에 바쳐지지 않은 유일한 인물은 성직자일 것이다.
6.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조건의 하나가 범인의 의외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범인은 가장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범인을 비호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추리소설의 성패는 오로지 범인의 의외성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독자의 공감이 법과 질서의 편에 서 있는 한 범인은 최종적으로 그 범죄의 대가로 형이 집행되는 것이 예견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형 집행 장면까지 묘사하는 소설은 극히 드물며 스스로 죽음의 형식을 선택시켜 훌륭한 신사답게 죽게끔 하고 있는데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나자 금세 청산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줄거리를 즐기는 편이다(악마적인 환상의 소유자로 알려진 까뜨리느 아를레 여사나, 공포의 시인으로 알려진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여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적인 추리소설의 전형과 관습에 도전하고 있다).
8. 쌍둥이나 범인과 모습이 흡사한 인물을 범인으로 제사 지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미 너무나 진부한 착상이기 때문이다.
9. 범인의 제물, 즉 피해자는 도덕적으로 흠을 잡을 데 없는 인물이어야 하며 따라서 악당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독자의 근본적인 정념(情念) - 복수의 분노의 원동력 - 을 자극하여 정의가 행하여질 것을 열망하도록 충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이름난 악당으로 등장시키면 범인에게 훌륭한 구실을 줄 뿐이며, 그 범인을 밤새 침대 속에 파묻어 응징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둘째는 추리소설의 독자가 강력한 라이벌이라는 것이다.
독자가 작가보다 훨씬 명민(明敏)한 존재라는 점이 추리소설의 어려운 점인데(R.L.스티븐슨), 그들은 모든 종류의 탐정의 뒤를 좇은 경험이 있으며, 그들은 인간을 죽일 수 있는 모든 종류의 방법에 통달해 있으며, 누구보다도 살인관계 법률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필립 스턴). 추리작가의 저명한 라이벌을 들라면 끝이 없을 것이다. 앙드레 지드에 버틀랜드 러셀에 그리고 윌슨 대통령… 추리작가는 일반 대중을 의식하기보다는 하이브라우한 미스터리 팬을 의식하기 마련이다.
셋째로 작가는 추리소설의 엄격한 룰에 따라 독자와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추리소설을 쓰는 데 있어서는 극히 명확한 룰이 존재하는데 고결하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작가들은 이 룰에 따라 왔으며(반 다인), 이를 위반한 작가는 단지 심미안이 결핍되어 있다는 비난을 받을 뿐만 아니라 반칙을 범했다는 이유로 심판관에게 퇴장 명령을 받게 되며(로널드 녹스), 노한 독자는 그의 비리를 내버려 두지 않는다(더글러스 톰슨).
추리소설의 룰에 대해서 수많은 사람이 수없이 역설해 왔는데(로널드 녹스의 추리소설 10계, 리처드 헐의 추리소설과 그 10칙, 반 다인의 추리소설 작법 20칙, 딕슨 카의 황금의 4대 공리(公理), 로렌스 트리트의 본격 미스터리의 네 개의 룰 등) 그들의 주장을 읽어 보면 얼마나 지키기 어려운 것인지 독자들도 동정을 금치 못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이 룰을 깨뜨려 온 작가군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룰을 아는 것은 깨뜨리는 시초’라는 격언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명확하게 하고 싶은 것은 룰의 무지(無知)로 룰을 위반하는 행위와 룰의 숙지(熟知)로 이를 극복하는 행위와는 전혀 다른 이야기라는 점이다.
아무튼 그들이 주장하는 룰을 한 번 살펴보기로 하자. 그들의 주장을 내 나름대로 로널드 녹스의 예에 따라 10가지 계율로 정리해 보았다.
1.
범인은 범죄 드라마의 제1막에 등장하여야 하며, 그는 주역의 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는 전혀 예측할 수 없었던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로널드 녹스, 더글러스 톰슨, 필립 스턴, 서덜랜드 스콧, 반 다인, 드 퀸시, 필립 굿하트, 딕슨 카, 로렌스 트리트).
1. 범인은 제1막을 전후해서 등장하여야 한다. 사건의 중반이나 종반에 이르러 갑자기 수상스러운 인물을 등장시키는 수법은, 더구나 그 인물의 수상스러운 점에 대해 사전에 아무 언급도 없이 이 사람이 바로 범인이다 하는 식의 설정은 불성실한 행위로 지목되며 일종의 기만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2. 탐정의 적수인 범인은 대단히 비중이 높은 인물이어야 하며, 결코 보잘것없는 비천하고 낮은 지위의 인색한 악당이어서는 안 된다.
탐정의 적수는 악마적인 현명함을 지니고 특출하게 뛰어난 지능을 가진 인물이어야 한다. 그것은 그 어느 스포츠 중에서도 가장 전율적인 스포츠라고 할 수 있는 인간 사냥은 그 표적이 추적할 가치가 있을 때만이 드라마틱한 색채를 띠게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독자의 눈에 띄지 않는 단역과도 같은 뚜렷하지 않은 인물이 범인으로 등장하게 되면 독자는 일시에 즐거움을 상실하게 되어 분개할 권리를 갖게 된다. 범인이 정신이상자라는 것도 공정치 못한 처사이다.
현대의 매력적인 범죄자로는 미술품 수집가, 음악가, 과학자(더글러스 톰슨)에 교회의 중진(重鎭)이나 자선가로 알려진 미혼 부인(반 다인)에, 사회주의 각료(마이클 길버트) 등이 예시되고 있다.
이든 필포츠는 [붉은 머리의 레드메인가]와 [어둠으로부터의 목소리]에서 가장 현란한 악인의 초상(肖像)을 창조했으며, 코난 도일은 [셜록 홈즈의 최후의 사건]에서 일말의 광기를 지닌 악마적 천재 범죄자 모리어티 교수를 창조했다.
그러나 범인에게 텔레파시, 마술에 의한 살인 따위의 초자연적인 신비스러운 초능력을 부여해서는 안 된다. 인간의 책략이나 음모에는 어떤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E.M.롱과 프리먼 크로프츠는 모리어티 교수적인 테마에 대해 비판적이다).
3. 범죄가 몇 번 행해지는 것과 관계없이 비극적 혼란의 배후에 있는 범인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물론 범인의 원조자나 공범자가 존재하는 것은 상관없으나, 범행의 전 책임을 지는 사람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즉, 독자의 의분을 모두 한 사람의 흉악범에 집중시켜야 한다. 또한 주역의 그림자를 희미하게 하는 처사는 바람직한 일이 되지 못한다.
4. 범인은 직업적 범죄인이거나 살인 허가 번호를 지닌 조직의 일원이어서는 안 된다. 강도나 절도범에 의한 범죄는 경찰서의 관할이지 추리작가의 관할은 아니다. 또한 직업적인 살인자라고 할 수 있는 마피아의 일원은 갱 소설의 관할이며, 살인 허가 번호를 지닌 공작원은 스파이 소설의 관할이다. 따라서 추리소설의 범인은 그 범죄에 처음으로 범죄 행위를 하는 인물이 등장하여야 한다(이것은 물론 추리소설을 가장 협의(狹義)로 해석하는 사람들의 견해이다).
5. 사회 통념상 법과 양심의 편에 서 있는 사람을 범인으로 제사 지내서는 안 된다. 알고 보니 법관, 검찰관, 경찰관 그리고 탐정이 범인이었다는 결말은 일종의 기만행위로 지목되고 있다. 왜냐 하면 그들은 법의 심판관이요 집행관으로 믿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많은 유명 작가에 의해 이들을 범인으로 제사 지낸 사례가 있었는데, 범인의 의외성이라는 점에서는 놀라운 착상이긴 하나 공정치 못한 방법으로 인정되고 있다.
지금까지 범인으로 제단에 바쳐지지 않은 유일한 인물은 성직자일 것이다.
6. 범인은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조건의 하나가 범인의 의외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범인은 가장 의외의 인물이어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최후의 순간까지 범인을 비호하는 일에 전력을 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추리소설의 성패는 오로지 범인의 의외성에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7. 독자의 공감이 법과 질서의 편에 서 있는 한 범인은 최종적으로 그 범죄의 대가로 형이 집행되는 것이 예견되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형 집행 장면까지 묘사하는 소설은 극히 드물며 스스로 죽음의 형식을 선택시켜 훌륭한 신사답게 죽게끔 하고 있는데 수갑이 채워지는 소리가 나자 금세 청산의 냄새가 코를 찌르는 줄거리를 즐기는 편이다(악마적인 환상의 소유자로 알려진 까뜨리느 아를레 여사나, 공포의 시인으로 알려진 패트리셔 하이스미스 여사는 권선징악(勸善懲惡)적인 추리소설의 전형과 관습에 도전하고 있다).
8. 쌍둥이나 범인과 모습이 흡사한 인물을 범인으로 제사 지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이미 너무나 진부한 착상이기 때문이다.
9. 범인의 제물, 즉 피해자는 도덕적으로 흠을 잡을 데 없는 인물이어야 하며 따라서 악당이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비로소 독자의 근본적인 정념(情念) - 복수의 분노의 원동력 - 을 자극하여 정의가 행하여질 것을 열망하도록 충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해자를 이름난 악당으로 등장시키면 범인에게 훌륭한 구실을 줄 뿐이며, 그 범인을 밤새 침대 속에 파묻어 응징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2.
작가는 가장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독자에게 사건의 발단에서 명확하게 제공하지 않으면 안 된다.
발단의 불가사의성은 추리소설의 기본적인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게르하르트 슈미트, 더글러스 톰슨, 시릴 헤어, 반 다인, 로널드 녹스, 서덜랜드 스콧).
1. 추리소설이란 독자의 이지(理智)에 호소하는 것이므로 반드시 그 어떤 종류의 지혜로운 수수께끼가 포함되어 있지 않으면 안 된다.
2. 작가는 독자에게 제공하는 최고의 메뉴인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식탁에 제일 먼저 올려놓아야 한다.
3.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이후, 수수께끼는 인간의 지혜에 던져지는 영원한 매력이므로 수수께끼는 본질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불가사의한 것이 아니면 안 되며 가능한 한 난해(難解)해야 한다. 그 난해성을 ‘불가능 흥미’라고 한다.
4. 수수께끼에 대한 호기심은 최종적으로 만족되어지지 않으면 안 되며, 하나의 소설에서 두 개 이상의 수수께끼를 동시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관성이 있는 목적의 단일성이 결여되면 혼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지금은 수수께끼의 논리적 해결을 주축으로 한 추리소설은 크게 후퇴하고 있으며 범죄 로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사건은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우연의 힘을 빌어서도 안 되며, 초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반 다인, 오스틴 프리먼, 로널드 녹스, 서덜랜드 스콧, 런던 탐정 클럽 서약문).
3. 스핑크스의 수수께끼 이후, 수수께끼는 인간의 지혜에 던져지는 영원한 매력이므로 수수께끼는 본질적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불가사의한 것이 아니면 안 되며 가능한 한 난해(難解)해야 한다. 그 난해성을 ‘불가능 흥미’라고 한다.
4. 수수께끼에 대한 호기심은 최종적으로 만족되어지지 않으면 안 되며, 하나의 소설에서 두 개 이상의 수수께끼를 동시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관성이 있는 목적의 단일성이 결여되면 혼돈을 초래하기 때문이다(지금은 수수께끼의 논리적 해결을 주축으로 한 추리소설은 크게 후퇴하고 있으며 범죄 로망으로 발전하고 있는 경향이 있다).
3.
사건은 논리적인 추리를 통해 해결해야 하며, 우연의 힘을 빌어서도 안 되며, 초자연적인 방법을 사용해서도 안 된다(반 다인, 오스틴 프리먼, 로널드 녹스, 서덜랜드 스콧, 런던 탐정 클럽 서약문).
1. 추리소설은 일종의 이지적인 게임인 까닭에 범인을 결정하는 것은 논리적인 귀납법(歸納法)에 의하지 않으면 안 되며 그 논리에 오류가 없어야 한다. 추리소설을 합리주의 문학이라고 하는 연유가 여기에 있다.
2. 탐정은 우연의 힘을 빌어서는 안 되며, 단순한 일치라든가 아무 동기도 없는 자백에 의해 범인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
3. 언젠가 적중할 불가사의한 직감을 지니는 것도 용서되지 않으며, 하늘의 계시, 최면술, 독심술, 강령술(降靈術), 수정점(水晶占) 같은 초자연적인 방법을 도입해서도 안 된다.
독자는 지적인 모험의 여행을 떠나는 것이지 영계(靈界)나 4차원 세계의 여행을 바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4.
페어플레이를 위해 작가는 단서를 양심적으로 독자에게 제공하여야 하며, 극단적인 비밀주의는 용서되지 않는다(반 다인, 서덜랜드 스콧, 앤소니 바우처, 오스틴 프리먼, 시릴 헤어, 리처드 헐, 도로시 세이어즈, 마리 F.로델, 딕슨 카, 로렌스 트리트).
1. 작가는 독자에게 사건과 연결되는 범죄의 흔적, 즉 단서를 양심적으로 제공해서 독자가 탐정과 평등한 기회를 갖게끔 공명정대한 테크닉을 구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단서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링에 올라간 복서에게 눈을 가리게 하는 것과 같은 것으로 독자가 화를 내도 변명할 길이 없다.
2. 고의로 허위의 진술이나 오해를 초래할 진술을 해서는 안 되며 고의로 기만해서는 더더욱 안 된다. 이것은 작가의 엄격한 행동 규범이다.
3. 제공되는 단서는 전문 지식에 합치되는 정확한 정보라야 한다. 이 세상에는 전문적인 지식을 지닌 독자가 많은 까닭에 금세 거짓말이 탄로 나게 되면 그들은 지적인 흥미를 상실하게 되는 것이다.
4. 단서는 모두 범인을 지향한 것이라야 하며, 그렇게 부합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그리고 단서는 결말에 이르기 전에 제시되어야 한다. 이야기가 끝날 때쯤 해서 중요한 사실을 제시하는 것은 독자에게 공정하다고는 할 수 없다.
5. 진부한 단서를 마련해서는 안 된다.
유행에 뒤떨어진 망가진 커프스 버튼, 암호문, 담배꽁초, 손수건 등에 비밀의 통로와 비밀의 방 같은 것이다(E.M.롱은 예술의 법칙이 예술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면, 탐정은 도를 지나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비밀주의를 지키는 것이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5.
추리의 기능을 담당한 탐정이나 경찰관을 등장시키고자 한다면, 그는 한 사람이어야 하며, 공익의 대변자임이 전제되어야 한다(반 다인, 시릴 헤어).
1. 독자의 추리 경쟁의 상대가 되는 탐정은 한 사람이어야 한다. 두 사람 이상의 탐정이나 하나의 팀이 등장하면 독자는 혼자서 릴레이 팀의 선수 전원을 상대로 싸우게 될 것이다. 범인의 입장에 있어서도 범죄의 나폴레옹은 탐정의 웰링턴과의 한판 승부를 원할 것이다.
2. 탐정은 윤리적인 면에서 공적인 대표자이어야 하며, 그 범죄에 있어 잘못해서도 혐의가 걸리는 일이 없는 전혀 국외자의 입장에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3. 탐정은 남다른 개성을 지녀야 하며, 그의 매력은 주로 지적인 것이며, 가장 색채가 풍부한, 그러면서도 독창적인 요소가 있어야 한다.
만능의 사립탐정은 1930년대부터 유행하지 않게 되었으며, 어느 사이 스코틀랜드 야드의 도버 경감이나 파리 경찰의 메그레 경감이 주역이 되었다. 요즈음은 우리와 같은 지능을 지닌 형사의 머리에 의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심지어 우리와 비슷한 모습의 이웃이나 형제에 의해서 수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현대의 고도로 발달한 경찰 시스템도 추리소설에 도입되어 경찰소설이란 장르를 형성하고 있다.
부알로와 나르스자크가 지적한 것처럼 탐정은 필요 불가결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번거로운 존재로 지목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하드보일드가 주류를 이루고 있는 미국에서는 여전히 사립탐정이 오늘날의 수퍼 히어로로 화려하게 활동하고 있다.
6.
추리소설이 주제로 하는 범죄는 범죄의 극치인 살인이어야 하며, 그것은 계획적인 살인인 동시에 또한 잔혹한 살인이어야 한다(필립 스턴, 조지 오웰, 시릴 헤어, 서덜랜드 스콧, E.M.롱, 오스틴 프리먼, 리처드 헐, 로널드 녹스, 더글러스 톰슨, 하워드 헤이크래프트).
1. 추리소설은 삶과 죽음의 위대한 드라마이어야 한다. 살인이 없는 장편 추리소설은 계란을 사용하지 않은 오믈렛과 같은 것이며 일종의 기만행위이다. 절망적이고 최후적인 살인이야말로 범죄의 극치인 이상 살인은 미스터리에 가장 적합하며 가장 드라마틱한 주제이다. 그 외의 강도, 공갈, 절도, 방화, 유괴 같은 것은 위대한 품격을 결여하게 된다. 셜록 홈즈 이외의 추리소설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한 종류의 범죄, 즉 살인만이 취급되어 왔다.
2. 추리소설의 살인은 계획적인 살인이어야 한다. 계획적인 살인은 [햄릿], [죄와 벌]처럼 모든 문학의 가장 위대한 테마의 하나이다.
3. 살인은 논리적으로 말해 제1막에 와야 한다. 추리소설은 느닷없이 시체로 막을 올려야 하는 것이다. 늦을수록 흥미를 상실하게 되며 또한 탐정의 등장이 늦어지게 되어 게임을 시작할 수가 없다.
4. 살인은 잔인한 것이어야 한다. 실상 세상 일반의 사람들은 극히 잔인하여 그 바라는 것은 엄청난 유혈이다. 따라서 추리소설에 있어서도 끔찍하고 무서운 묘사가 많이 취급되어 전율할 흥분을 느끼게 될 것을 요구한다. 그것은 버틀랜드 러셀이 그의 추리소설 옹호론에서 지적한 것처럼, 옛날부터 인간의 마음 구석에 남아 있는 잔학성(殘虐性)을 추리소설이 승화시켜 주고 있는 것이다.
7.
추리소설에 있어서의 범죄의 동기는 모두 개인적인 것이 아니면 안 되며, 특히 범죄 중에서도 중대한 범죄인 살인에는 강렬한 동기가 있어야 한다(시릴 헤어, 반 다인, E.M.롱, 제임스 샌도).
1. 근래에 추리작가는 ‘누가 범인인가? 어떻게 죽였는가?’에 대해서보다는 ‘왜 죽였는가?’에 대한 연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
2. 추리소설은 어떤 의미에서 모두 다 이론상으로는 적어도 심리소설이 아니면 안 된다. 추리소설은 결국에 있어 한 사람의 인간이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큰 장애가 있음에도 ‘왜 인간을 살해하느냐?’하는 인간의 병적인 심리 상태를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
3. 살인의 동기는 그 자신의 생명을 걸기 때문에 강렬한 것이어야 한다. 살인은 평상시의 어떤 인간 활동과 비교해도 보다 강렬한 동기를 수반한다. 살인보다 절망적, 최후적인 것은 없기 때문이다.
8.
추리소설은 논리적인 면의 채색과 함께 공포와 광기, 환상과 악몽으로 채색되어야 한다(E.A.시본, 에도가와 람포, 필립 스턴, 부알로-나르스자크, 루이스 보건, 에드먼드 윌슨, 니콜라스 블레이크, 도로시 세이어즈),
1. 추리소설이란 악에 대한 공포의 극치를 그리는 문학이며, 작가는 독자에게 수수께끼에 대한 호기심과 함께 사건에 대한 공포심을 결합시켜야 한다.
2. 불가사의한 수수께끼 외에 범죄자의 악념과 공포가 포함되어야 한다. 포우 이래 추리소설이 거의 살인사건을 묘사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포우의 미스터리는 거의가 환상과 공포와 발광과 죽음의 세계를 다루고 있으며, 그 세계는 악몽이 난무하는 정신 착란의 세계이기도 하다.
3. 단순한 퍼즐의 조립이 아닌 숨겨진 음모의 공포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그리고 전혀 생각할 수 없는 형태로 끊임없이 모습을 나타내어야 한다. 추리소설이란 추리가 공포를 창조하고 그리고 그 공포를 추리가 진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4. 추리문학 분야의 특징을 이루는 것은 추리소설에 포함되는 환상적인 점이다. 영국의 추리소설의 사건에는 환상적인 맛이 더해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추리소설은 퍼즐과 피와 공포의 환상소설로 지칭되고 있다(조셉 크러치는, 공포는 반드시 모든 추리소설에서 취급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며, 공포를 적은 요소로 사용하거나 전혀 사용치 않고도 가장 위안받는 이야기로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9.
트릭은 독창성이 있어야 하며, 또한 납득할 수 있는 합리성과 과학성이 있어야 한다. 기존 트릭을 원용함에 있어서도 그 원용에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하워드 헤이크래프트, 서덜랜드 스콧, 반 다인, 로널드 녹스, E.M.롱, 리처드 헐, 시릴 헤어).
1. 포우 이래 추리소설은 범인의 풀기 어려운 범죄의 위장, 즉 트릭을 간파하는 데 포인트를 두어 왔으므로 그 트릭은 기발한 독창성이 있어야 한다. 이 점은 독자의 가장 날카로운 비평을 받는 요소이다. 매저리 니콜슨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현명한 독자들은 결코 10년 전의 명확한 트릭에는 속지 않는다. 독자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적은 트릭밖에 알지 못하면서 독자들을 위해 추리소설을 쓰려는 아마추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경멸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독창적이며 납득할 수 있는 것이 확실하지 않는 이상 트릭의 살인 방책을 사용해서는 안 되며 한때 유행했던 일이 있는 책략도 기분 좋게 장사지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미 휴지통에 버려져 돌아보지 않게 된 트릭을 작가가 잘못해서 다시 사용하게 되면 독자는 경의는 둘째 치고 호의도 보여주지 않게 된다.
2. 다음에 열거하는 이미 지겹도록 사용된 수법을 재탕하게 되면, 무능하고 독창력이 결여되고 자존심이 없는 추리작가로 지탄받게 될 것이다.
* 반 다인이 예시한 수법
1) 범행 현장에 남겨진 담배꽁초로, 혹은 치열의 불균형으로 범인의 신원을 가려내는 방법
2) 엉터리 강령술이나 유령을 사용해서 범인을 자백시키는 방법
3) 지문의 위조
4) 동물에 의한 살인
5) 총기 또는 그 외의 발사기에 의한 단검의 발사
6) 대역의 사용, 전축의 사용, 인형의 사용으로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방법
7) 개가 짖지 않았다는 이유로 침입자를 면식자로 판정하는 방법
8) 쌍둥이 또는 근친자를 진범으로 결말짓는 행위
9) 피하 주사기와 맹독의 사용
10) 경찰이 실제로 뛰어 들어간 직후의 밀실에서의 살인
11) 유죄 판결을 위한 심리학적 말의 연상반응 테스트
12) 최종적으로 탐정에 의해 해독되도록 되어 있는 암호나 약호의 사용
*체스터튼이 예시한 수법
1) 거대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세계적인 비밀결사 조직의 도입
2) 외교정책과 관련된 범죄로 윤색하는 처사
3) 결말에 갑자기 얼굴이 닮은 형제를 등장시키는 처사
4) 독자가 기억도 못하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던 인물을 결말에서 갑자기 범인으로 제사 지내는 일
5) 주인공이나 악한의 하인의 힘을 빌어 난관을 넘기는 안이한 착상
6) 직업적인 범죄자를 등장시키는 행위
7) 한 사람을 살해하는 데 5, 6명의 인간을 등장시켜 조금씩 분담시키는 처사
8) 아무도 죽일 생각을 지닌 사람이 없었으며, 그것은 과실이었다는 식의 독자를 실망시키는 결말
3. 도로시 세이어즈 여사는 그녀의 추리소설에 관한 가장 뛰어난 분석적 논문 [범죄 옴니버스]에서 기발한 트릭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10가지만을 추려 예시하면 다음과 같다.
1) 독을 바른 치과 충전재(充塡材)나 우표
2) 무서운 병균이 묻은 머리 브러시
3) 손톱에 독을 바른 고양이
4) 전화기를 이용한 감전 살인
5) 동맥에 주사한 기포(氣泡)
6) 공기총을 사용한 피하주사
7) 카메라 속에 감춘 권총
8) 독을 넣은 삶은 계란
9) 천정 너머로 떨어지는 칼
10) 실내온도가 일정한 높이로 올라갔을 때 폭탄을 점화시키는 장치가 된 온도계
그러나 이 트릭도 알고 보면 반세기 전에 발표된 트릭이라는 사실에 유념해야 한다.
4. 독창적인 트릭이라고 해서 신기해하기만 해서는 안 되며 그것은 그럴듯하게 진실에 와 닿는 것이 아니면 완벽하다고 말할 수가 없다.
추리소설의 독자가 강조하는 수많은 약속 사항의 하나는 신뢰성이 필수적인 조건이다. 가령 독약을 사용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과학적으로 해명이 끝난 독약이 아니면 안 된다. 독약의 효능도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것이 아니면 안 된다. 흔히 상식처럼 알려진 인체에 주사기로 공기를 주입하면 사람이 죽는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며 적어도 자전거펌프를 정맥과 연결시킬 수가 있어야 그 결과를 확신할 수가 있으며 소음기가 달린 권총은 총성이 들린다는 것도 잘못된 것이다. 어느 정도 소리를 억제할 수는 있으나 그것도 리볼버(회전권총)에는 효과가 없다.
5. 트릭은 상식을 앞지르면 안 된다. 살인 광선이나 일정하지 않은 최면 상태를 만드는 약품이라든가 4차원이라고 하는 일종의 유토피아적인 장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추리작가라고 하는 것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거의 전부가 다른 작가의 아이디어를 차용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며, 어떤 트릭도 어디에선가 힌트를 얻고 있는데 교묘한 조립과 구성에 묘미가 있으므로 선례를 문제로 삼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은 일응 타당한 것이다).
10.
결말에서는 예측도 할 수 없는 의외성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합리적으로 납득될 수 있어야 하며 증명이 되어야 한다(서덜랜드 스콧, 리처드 헐, 도로시 세이어즈, 필립 스턴, 시릴 헤어).
1. 결말의 의외성, 주로 범인의 의외성은 추리소설의 최고 최후의 기본적인 요건이다. 산만한 결말은 맹렬한 비난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최후의 클라이맥스는 성찬처럼 준비되어야 하며, 폭탄 같은 해결에 접할 때만이 즐거운 것이다.
2. 살인사건이 실은 살인이 아니고 사고나 자살이라는 결말로 얼버무리게 되면, 분개한 독자로부터 항의 편지의 홍수 속에 휘말리게 될 것이다. 그것은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살인만이 거의 모든 사람에게 공포의 감정을 동반하는 유일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3. 결말에서는 ‘누가?’ ‘어떻게?’ ‘왜?’가 선명하게 밝혀져야 한다. 그리고 그 수수께끼가 훌륭하게 해결되었을 경우, 그 해결은 현실적인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이상을 말하면 그것이 필연의 결과가 아니면 안 된다. 또한 이것만이 유일의 논리적인 설명이라고 보여질 수 있는 방법으로 설명되어야 한다.
4. 결말에서 제시하는 증거는 죄과를 입증하는 배심원석에 앉아 있는 12명의 배심원들을 만족시킬 정도의 강력한 것이 아니면 안 된다. 사건의 폭로만으로는 만족스럽지 못하며, 유죄의 판결이 가능한 증거의 제시가 요구된다.
위에 열거한 추리소설의 10계는 본격 추리소설 혹은 순수(pure) 추리소설에 주로 해당하는 것이다.
에드거 앨런 포우가 1841년에 추리소설을 창시한 이래 본격 추리소설은 1915년경에서 1935년경까지의 약 20년간의 황금시대가 있었는데 계율은 그 시기에 주로 만들어졌다.
추리소설의 흐름에 따라 이와 같은 계율도 많은 변화를 보였고 전혀 무시되는 경우도 생겼다.
여기에서 추리소설의 변천을 잠깐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930년대에 이르러 더실 해미트나 레이먼드 챈들러와 같은 소위 비정파 추리작가에 의해 행동파 추리소설이 등장하게 되었다. 바로 하드보일드파가 탄생한 것이다. 추리소설은 로맨티시즘에서 리얼리즘으로 이행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그들에게 있어서 추리소설은 목적이 아니고 수단이었다. 추리소설은 리얼리즘의 의미에 있어서는 문학적으로는 향상되었지만 한편으로 꿈과 환상을 상실하게 되었다. 1959년 레이먼드 챈들러의 죽음으로 인해 하드보일드파는 그 운명을 다하여 회복할 가망이 없다는 주장도 있으나 아직 의문이다.
한편 심리적인 드릴러 혹은 서스펜스파도 1930년대에 등장했다.
1931년에 발표한 프랜시스 아일즈의 [살의(殺意)]는 심리소설의 선구적인 업적으로 보여진다. 그는 낡은 범죄 퍼즐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고 주장했다. 부알로와 나르스자크는 심리적 드릴러 분야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팀으로 지적되고 있는데, 서스펜스파는 구미(歐美)에 공통되는 새로운 경향이다. 아무튼 제2차 세계대전 전후에 걸쳐 하드보일드파와 서스펜스파의 전성시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영국의 작가 니콜라스 블레이크는 추리소설의 장래가 추측컨대 범죄소설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의 유행 현상은 탐정소설이 아닌 범죄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줄리언 시몬즈가 그의 추리소설사 [피투성이의 살인]에서 지적했듯이 추리소설(mystery story)은 탐정소설(detective story)에서 범죄소설(crime novel)로 변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범죄소설이야말로 새로운 미스터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아무튼 오늘날의 미스터리는 브루스 캐시디가 지적한 것처럼 그 모습이 많이 변모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현저한 것은 개개인에서 집단으로 역점이 많이 옮겨졌다는 점이다. 자기 혼자의 힘으로 사건을 해결하던 셜록 홈즈나 필립 말로우의 시대는 사라지고 지금은 경찰이나 정보기관의 집단적인 활약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오늘날의 미스터리 세계는 현실의 생활이 그러한 것처럼 경찰관도 스파이도 악한도 모두가 그룹의 일원으로 움직이고 있으며 추리소설의 테마도 한 사람의 죽음이 아니고 대량 살인이 테마가 되고 있다. 또한 단순한 추리가 아닌 현대과학이 뒤얽힌 이야기가 되었으며 도난당하는 것은 보석이 아니고 핵탄두의 제조법이다. 추리소설이야말로 현대의 혼란된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인 것이다.
그렇다면 추리소설의 계율은 이런 추리소설의 변천과 관련해서 어떻게 될 것인가?
추리소설이 그 어떤 형태로 변모하더라도 추리소설의 핵은 남아 있고 그 형식을 비는 까닭에 기본적인 룰은 지켜져야 한다.
1976년 애거서 크리스티의 죽음과 함께 본격 추리소설은 막을 내렸다고 보는 사람도 있으나, 최근의 경향은 단순한 폭력이나 추적에 대해 추리에의 회귀(回歸)라는 현상이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자크 버전). 말하자면 영국 스타일의 추리물이 리바이벌되고 있으며 어떤 형태의 수수께끼를 푸는 본격 추리소설이 부활되고 있다는 것이다.
만일 우리가 전통적인 순수 추리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추리소설의 룰은 지켜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충실하게 지켜지면 질수록 작품의 수준도 높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오늘날의 미국 추리작가협회(Mystery Writers of America)의 회원들은 추리소설의 룰을 엄격하게 준수하고 있다고 MWA 수상작가이며 협회장을 지낸 로렌스 트리트는 역설하고 있으나, 이것은 지금에 와서는 어디까지나 소수파의 의견이다.
리 라이트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추리소설을 초기의 엄밀하게 제약된 형태로 놓아두고 싶어 하는 완고한 사람도 물론 소수이지만 존재하고 있다. 현재는 그들을 실망시키고 미래는 그들을 전율시킬 것이다.”
아가사 크리스티 여사 작품을 좋아하는데 대표적으로 "오리엔트 특급살인 사건" 같은 경우가 범인은 한명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을 깨뜨려서
논란이 있었죠~ 하지만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기도 하구요 크리스티 여사의 대표작중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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