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석 비매너 BEST 7, '제발 이것만은 하지마!'
한 주간의 고된 업무에 치여 지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해주고 싶은 날. 포근한 4월의 봄 날씨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설렌다. 사랑하는 여자친구와 함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지만, 지난주에 한 소개팅도 역시 실패다. 그럴 땐 어김없이 항상 만나던 그 친구를 소환해 본다. 차가 없는 친구를 위해 직접 운전해서 모시러 가는 서비스까지. "또 너냐.." 지겹지만 너라도 있어 다행이다. 서로 무심한 듯 반갑게 인사를 하고 친구는 자연스럽게 내 차에 올라 탄다. 기분 좋게 가려는데, 얼마 못 가 조수석의 그 녀석이 대시보드 위에 양 다리를 척 올려 놓고 연신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차가 덜컹거릴 때마다 맨발이 앞 유리에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하다. "이거 화를 내야 돼 말아야 돼…" 불편한 심기에 내 안색은 점점 어두워져 간다.
친한 사이라면 서로 어색해 질 것만 같아서, 불편한 사이라면 쉽게 표현할 수 없어서, 함부로 경고를 줄 수도 없는 조수석의 비매너 유형들. 혹시 나는 이 유형에 속해 있지 않을까? 오늘은 운전자의 심기를 건드리는 최악의 조수석 비매너 유형에 대해 함께 살펴 보도록 한다.
인간 내비게이션 유형
"야 내비게이션 찍지마. 이 길은 내가 잘 아니까 내가 알려 줄게."
차만 타면 인간 내비게이션으로 변신하는 유형. 운전면허도 없고 운전도 못하지만 누구보다 길눈만큼은 밝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실제로 도움이 될 때도 간혹 있다. 하지만 운전하는 내내 실시간으로 안내 방송을 하는 그 친구의 열정은 도움이 아니라 잔소리로 들릴 때가 더 많다. “그렇게 가지 말고 여기서 우회전으로 빠져” 1차선으로 달리고 있는데, 30m 앞에서 우회전하라고 소리칠 때면 나도 모르게 소스라치게 놀란다. 비록 자랑하고 싶은 길눈일지라도 끊임없는 지시는 오히려 운전자에게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 명심하자.
조수석을 침대로 유형
"오늘따라 왜 이렇게 졸리지. 도착하면 좀 깨워줘."
그 친구는 차만 타면 오늘따라 졸리다고 한다. 한 마디의 양해도 없이 차에 타자마자 등받이를 거의 침대처럼 눕힌다. 차만 탔다 하면 1분 내로 딥슬립에 빠지는 유형. 이것만큼 얄미운 매너도 없다. 특히 장거리를 운전하다 보면 졸음이 밀려오기 쉬운데, 옆자리 동승자가 가는 내내 잠만 잔다면 운전자의 눈꺼풀까지 무거워지기 쉽다. 운전자도 졸리다. 정말 많이 피곤한 날에는 어쩔 수 없이 잠들 수도 있겠지만, 자신을 태우고 직접 운전해서 가는 운전자의 마음을 배려한다면, 웬만해서는 자지 않고 함께 이야기도 나누며 노력해 주는 것이 매너라고 할 수 있다.
문짝 스매싱 유형
"쾅!!!"
난데없는 문짝 스매싱에 깜짝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특히 즐거운 데이트 후 여자친구를 집 앞까지 바래다 주는 경우, 환한 미소와 함께 차 문이 부서질 정도로 세게 문을 닫는 그녀의 모습에 '내가 오늘 뭘 잘못했나...'라며 생각할 때도 있다. 온몸으로 문을 세게 닫는 습관은 방심하고 있는 운전자를 깜짝 놀라게 할 뿐 아니라, 차체에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살살 닫아도 충분히 잘 닫힌다.
너의 흔적은... 유형
"내 차가 쓰레기 통이냐…"
그 사람이 떠난 자리에는 늘 흔적이 남는다. 과자 부스러기, 테이크아웃 커피잔, 휴지 뭉치… 내리자 마자 쓰레기를 한데 모아 쓰레기통에 버릴 때마다 가슴 한 켠이 답답하다. 누구보다 자동차를 깨끗하게 쓴다고 자부하는 운전자에게 이런 습관처럼 최악의 매너가 없다. 특히 운전자가 두려워하는 최악의 과자류는 웨하스나 뻥튀기. 개봉과 동시에 내용물의 약 50%가 흘러내린다. 또 창문에 입김을 불어 하트나 글씨를 쓰는 등의 행동은 예민한 운전자에겐 애교가 아니라는 점, 참고해 두자.
예의 실종 유형
"차에 타면 신발부터 벗어야지!"
조수석에만 타면 대시보드에 발을 올려놓거나, 가는 내내 큰 소리로 통화를 하는 그 사람.
기본적인 에티켓이 없는 행동으로 차주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유형이다. 특히 대시보드에 발을 올리는 것은 사이드 미러를 확인할 때에도 어려움을 주기 때문에 여러 모로 운전자의 안전운전을 방해할 수 있다. 게다가 불쾌한 냄새까지 더한다면 시각 테러에 이어 후각 테러까지 합동 공격하는 셈. 제발 그러지 말자.
회장님 유형
"나는 뒷자리가 넓어서 편하더라~"
운전자와 동승자 각 한 명 밖에 없는데 굳이 뒷자리에 타는 일명 회장님 유형. 졸지에 운전자를 기사님으로 둔갑시키는 최악의 상황은 만들지 말아야 한다. 어쩔 수 없이 뒷자리에 태우고 가는 길. 가는 내내 창문을 열고 한쪽 팔을 슥 내밀고 있는 모습에 왠지 모르게 상사를 태우고 가는 기분이다. “아휴. 왜 이렇게 막히는 길로 왔어? 다른 길로 갔으면 벌써 도착했겠다.” 하다 못해 잔소리까지 하는 이 매너. 답이 없다.
뒤적뒤적 유형
"여기 이거 뭐야~?"
차에만 타면 이것 저것 만져보고 열어보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그 친구. 나도 잘 안쓰는 물티슈를 이유도 없이 여러 장씩 뽑아서 손을 닦기도 하고, 서랍 속 고이 숨겨둔 간식을 맛있다며 혼자 다 먹어 치우기도 한다. 겨우 한 숨 돌리는데, 자꾸만 몸을 움직이면서 오른쪽 사이드 미러를 가리며 운전까지 방해한다. 여러 모로 눈치 없는 행동으로 운전자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는 유형. 자칫 예민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 함부로 말도 못하고 가자미눈으로 흘깃 흘깃 쳐다만 하는 상황. 참 난감하다. 잊지 말자. 이 차는 내 차가 아니다.
운전자를 울리는 조수석 비매너 유형들, 혹시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내가 하던 습관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가? 심지어 모든 항목에 해당되는 사람도 있을 터. 조수석의 입장에서는 사소한 행동이지만 운전자에게는 불쾌감을 주거나, 운전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조금만 주의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