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칭 대명사 '너'와 '네'를 구분 못 하는 작가들.
"네는 동생들을 키울 수 없다. 네도 아직 얼란데 네보다 더 얼라인 묵이하고 하린이를 우째 키운다 말이고? 만약에 네 동생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갈 수 있을 것 같나? 학교에서 네를 오라 하겠느냔 말이다"
- K.석우 '늑대전설' 1권 중
이건 또 무슨 희한한 말투인가요? 희한하다 못해 암 걸릴 거 같아요.
요즘들어 심심치 않게 이런 경우를 보게 됩니다. '너', '너희'라고 써야할 곳에 '네', '네들'이라는 국적불명의 어휘를 쓰는 경우 말이죠.
정말 '어의' 없고 그래도 안 쓰는 것 보다는 '낳다'고... 맞춤법에 그리 예민하지 않은 저지만, 유독 이 경우는 견딜 수가 없네요.
예문의 경우 부산 사투리라서 그런 거 아닌가 생각할 수도 있지만 표준어 쓰는 인물들도 일관되게 '네는, 네도, 네를, 네들'이라고 쓰는 걸 보면 작가가 모르고 그렇게 쓰는 게 맞는 거 같아요.
1. 이인칭 대명사 '너'는 주격 조사나 보격 조사 '가'가 붙을 때 '네'로 변형되죠.
너가 이겼어? -> 네가 이겼어?
잘난 너가 하세요 -> 잘난 네가 하세요 처럼 말이요.
2. '너'에 관형격 조사 '의'가 붙으면 '네'로 변형되기도 합니다.
너의 잘못이야 -> 네 잘못이야
너의 집앞에서 -> 네 집앞에서
* 1과 2의 용례일 때 '네'는 사투리 '니'로 쓰는 게 우리 귀에 더 익숙하고 친숙합니다. (니가 이겼어?, 니 잘못이야, 니 집앞에서 등등)
3. 상대방을 낮잡아 부를 때 '너' 대신 '네'로 바뀌어 강조의 의미로 쓰이기도 합니다.
네놈, 네년, 네 이놈, 네 이년 처럼요. 주로 욕에 쓰이죠.
4.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지칭하는 이인칭 대명사 '너희', '너희들'은 '너네' 또는 '너네들'로 쓸 수도 있습니다.
너희들, 똑바로 안 해? -> 너네들, 똑바로 안 해?
복잡하게 썼지만 맞춤법 공부하자는 거 아닙니다. 대체 어떤 이유로, 듣도 보도 못한, 어색하기 짝이 없는 '네는, 네도, 네를, 네들'이라는 표현이 튀어나온 건지 정말로 궁금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4번 용례를 주목합니다. '너희들'을 '너네들'로 바꿔 썼고, 거기다가 고질적인 말줄이기 버릇이 발휘돼서 앞글자 '너'를 뚝 떼 '네들'만 남은 게 아닌가 하는 거죠. 그렇게 '네'의 용법이 파괴되다 보니 이젠 천지분간 못 하고 아무 때나 '네'를 붙여쓰는 지경에 이른 것 같다는 추측이네요.
작가님들, 제발 기억합시다.
- 조사 '가' 붙었을 때만 '네'로 바꿔쓸 수 있어요. (_는, _도, _를 등의 조사에는 쓰지 마세요. 차라리 니는, 니도, 니를이라고 쓰세요)
- '너네들'을 '네들'이라고 절!대!로! 줄여쓰지 마세요. 맞춤법에 맞는 것도 아니고, 요즘 뜨는 유행어인 것도 아니고, 멋있어 보이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무식해 보여요.
P.S.
K.석우 작가님. 복습합시다.
"니는 동생들을 키울 수 없다. 니도 아직 얼란데 니보다 더 얼라인 묵이하고 하린이를 우째 키운다 말이고? 만약에 네 동생들이 학교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네가 갈 수 있을 것 같나? 학교에서 니를 오라 하겠느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