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건강

마취과의사가 설명해주는 '알기쉬운 전신마취 전과정'

생나기헌 2016. 3. 21. 22:05

 

 

이글은 한 마취과 전문의가 전신마취의 전과정에 대해 알기쉽게 풀어 논 글인데 휴면블러그에 잠자고 있어 혹시라도 블러그가 사라지기 전에 많은 분들이 읽을만 한듯 하여 펌 합니다.. 출처가 궁금하신분들은 '꿈을 만드는 곳 몽공장'<바로가기> 를 클릭!! 하세요~


시는 분도 있겠지만 저의 직업은 마취과 의사입니다.
바로 환자분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수술 받으실 수 있도록 재우는 사람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미루고 미루던 전신마취의 전과정을 '마취과의사 하나'(링크참고)라는 만화책의 그림과 함께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랜 금식끝에 드디어 수술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수술실로 침대를 타고 이동하게 됩니다. 아마 많이 긴장되실거라 생각됩니다.



지금부터 '일반적인' 전신마취의 과정을 살펴보겠습니다.
어디까지나 '일반적인' 과정이니 병원에 따라, 마취과 의사에 따라, 수술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전에 전신마취란 무엇인지 그 정의부터 알아보고 갈까요?
   전신마취는 의식소실, 감각차단, 운동차단 그리고 반사차단 등의 총체적인 현상을 말하며, 마취제를 사용하여 수술에 필요한 최적의 
   생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동시에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감시하는 진료행위라고 설명할 수 있습니다.
   즉 흡입마취제 및 정맥마취제를 사용하여 수술을 하는 동안 환자의 의식을 소실시켜 통증을 느끼지 못하고, 불필요한 반사기능을 차
   단시키며, 근육이완제를 사용하여 근육을 이완시켜 수술을 하는데 있어서 최적의 상태로 이르도록 하는 것입니다.

잘 이해가 되시나요?
전신마취의 4대 요소는 위의 붉은 글씨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어쨋거나 환자분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은 의식소실이 되겠지요.



수술실에 도착하면 잠시 대기하는 공간에서 대기를 하게 됩니다.
몇가지 확인 과정을 거친 후 이제 지정된 방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때는 정신이 멀쩡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마취에서 깨어난 후 이 부분을 기억하지 못하는 분도 많습니다.
위 만화에서는 걸을 수 있는 사람은 걸어서 간다라고 하지만 전신마취를 받는 환자는 보행가능 여부와 관계없이 이동침대에 실려서 들어가게 됩니다.



일단 방에 들어가게 되면 타고온 이동침대를 수술용 침대 옆으로 갖다 붙이게 됩니다.
그리고 수술 침대로 옮겨가게 됩니다.
만화에서 보시듯이 폭이 매우 좁은 수술대 입니다.
서양에서 만들어진 수술대 임에도 불구하고 폭은 상당히 좁습니다.
이동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며 이동하셔야 합니다.
수술 중 자세에 관련된 글을 보시려면 아래의 링크를 타고 가셔서 보세요.



수술대 위로 옮겨가서 누우시면 이제 안전한 마취를 위한 환자감시장치들을 부착하게 됩니다.
손가락에 펄스옥시미터(만화에서는 일어를 그대로 번역하여 발음이 엉망이다..ㅋㅋ)를 장착합니다.
이것으로 환자의 혈중 산소포화도를 측정함으로써 호흡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게 됩니다.
다음은 심전도 검사를 위해 전극을 3개 붙이게 됩니다.
몸에 잘 붙도록 젤이 발라져있어 차가운 느낌이 들 수 있습니다.
펄스옥시미터와 심전도 전극을 통해 수술 중 지속적으로 환자의 상태를 볼 수 있습니다.



(어두운 형광등 불빛 아래에서 디카로 손떨어가며 만화책을 찍은거라 엉망진창이지만 이해해 주세요.ㅋ)
그 다음은 혈압계를 감게 됩니다.
혈압계를 감아놓고 수술하면서 3분간격 혹은 5분간격으로 혈압을 지속적으로 체크하게 됩니다.
만약 이보다 더 적극적인 혈압의 감시가 필요하다면 실시간으로 혈압을 볼 수 있는 A-line이라는 동맥을 이용한 방법이 사용되기도 합니다.이것에 대해서는 차후에 글을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 환자의 의식 정도를 평가하기 위해 BIS 모니터를 설치하기도 합니다.
BIS 관련하여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위의 링크를 눌러 읽어주세요.



만화에서는 수액라인이 잡히지 않은 경우 수술실에서 라인을 확보한다고 되어있지만 실제로는 그 전날 혹은 당일 병동에서 라인을 잡고 오게 됩니다. (링거주사 들어가는 정맥 주사 말입니다.)
하지만 간혹 가다 막상 수술실에 내려와서 보니 라인이 막히거나 좋지 않은 경우를 만나게 되는데 이때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라인을 잡아야 합니다. 이 라인으로 마취 주사를 놓게 되므로 잘 들어가는 라인의 확보는 필수 입니다.
자, 여기까지 모든 과정이 문제없이 완료되었다면 보시는 것과 같이 입 위에 가볍게 마스크를 덮습니다.
이 마스크를 통해 대개 100% 산소가 흘러나옵니다.
환자분들에게 크게 심호흡을 하도록 격려하게 됩니다.
산소포화도를 최대한 높이기 위한 과정이니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심호흡 해주세요.ㅋㅋ



마취과 의사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거꾸로 서있으므로 환자의 입장에서는 마취과 의사가 위 그림과 같이 보일겁니다.
저 역시 환자분이 거꾸로 보이기는 마찬가지입니다.ㅋㅋ 
그거 아세요? 사람의 똑바로 본 이미지와 거꾸로 본 이미지가 얼마나 다른지를..ㅋ
어쨋거나 심호흡을 하시는 와중에 마취 시작하겠다는 말을 할겁니다.
그리곤 정맥을 통해 마취약이 투여 됩니다.
첫번째 들어가는 약은 의식소실을 일으키는 약입니다.
약이 투여되면 대부분 30초 내로 의식을 잃게 되는데 간혹 버틸려고 용쓰는 분도 계시지만 어림없습니다.ㅋ
(하지만.... 이포스트의 댓글을 보면 술이 쌘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마취가 잘 안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네요.. 
술 쌘사람들은 좀 쌔게 해달라고 해야할듯 ㅋㅋ)

 

 


만화에서도 의식을 잃는데 몇초라고 하는군요.ㅋ
대부분의 사람이 마취과 의사의 얼굴을 잊는다고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간혹 기억하시는 분도 있지만 마취과 의사 얼굴을 기억하는 분은 아직 한번도 못 봤습니다.
이거야 원 은둔형 의사일 수 밖에 없네요...



지금까지가 마취 경험이 있는 사람이 혹시라도 기억해낸다면 기억할 수 있는 부분이구요.
지금부터는 의식 소실 후의 과정이므로 절대 알 수 없는 부분입니다.



의식이 소실되면 근이완제라는 약을 투여하게 됩니다.
이 근이완제는 흔히 근육통 같은 곳에 사용하는 근이완제와는 차원이 다른 약입니다.
너무나도 강력해서 호흡근조차 이완되어 버리므로 한마디로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고 맙니다.



앞서 말씀드렸들이 자발호흡이 정지되게 됩니다.
그러면 만화내용에도 나오듯이 온전히 마취과 의사에게 당신의 호흡은 온전히 맡겨지게 됩니다.
저 마스크를 완전히 밀착시킨 후 오른손에 보이는 고무로 된 기낭을 눌러 인공호흡을 하게 됩니다.



100% 산소로 충분히 환기를 시킨다고 만화에서는 설명하지만..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50% 정도의 산소와 (공기중의 산소는 21% 정도입니다) 50% 정도의 아산화질소 (N2O라고 부릅니다)를 이용하게 되며 흡입마취를 계획하고 있다면 흡입마취제도 이때부터 사용하게 됩니다.
그리고 충분히 깊은 마취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후두경을 이용하여 기관내 삽관을 하게 됩니다.
후두경과 기관내 튜브에 대해 궁금하시다면 위의 글들을 읽어보세요.
이 기관내튜브를 삽관함으로써 기계를 이용한 인공 호흡 및 흡입 마취가 가능해집니다.



튜브를 넣은 후 양쪽 폐에 공기가 잘 들어가는지 혹은 폐에 이상은 없는지 확인을 위해 청진을 합니다.
그리고 인공호흡기를 연결~!
만화처럼 쌔액~ 쌔액~ 소리가 나면 안됩니다.ㅋㅋ 쌔액 소리가 나면 공기가 새고 있다는 뜻입니다.



자~ 튜브 연결까지 했으면 거의 수술을 위한 준비상태에 이르렀습니다만,
장시간의 수술이라면 소변량 체크는 필수이므로 도뇨관을 요도를 통해 삽입하게 됩니다.

이 도뇨관 삽입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은 없어 찾아본 그림인데.... 
과거 전신마취를 한 경험이 있음에도 이런 과정이 있는지는 정말 전혀 생각도 못했네요...  내 꼬치에다 ~~~~  흑 ㅠㅠ.

또한 간혹 눈뜨고 주무시는 분도 계시므로 장시간 동안의 각막이 공기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고자 모든 환자의 눈을 반창고로 덮어줍니다.
또 수술에 따라 L-tube라는 (환자분들이 흔히 말하기로는 콧줄) 것을 식도를 통해 위까지 넣기도 합니다.
그 외 수술 종류에 따라 혹은 위험도에 따라 더 많은 처치를 요구할 수 도 있습니다.



네. 이것으로 수술 준비를 위한 처치는 모두 대부분 완료됩니다.
그림에서 보시는 것과 같이 이런 상태로 누워계시게 됩니다.
어떠신가요? 좀 도움이 되셨나요? 글로 정리하려니깐 이거 시간이 엄청 걸리네요.ㅋㅋ
차라리 모르는게 나았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겁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수술시간이 얼마 걸린다고 하면 그 시간이 전부 수술을 하는걸로 아시더라구요.
그 시간에는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는 마취 관련 시간도 포함된 것이라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알리고 싶었습니다.
물론 위의 내용도 마취과 의사가 하는 일의 일부일뿐이지만 말입니다.ㅋ